수필
가정의 달을 맞아
5월은 신록의 계절, 푸르름은 우리에게 생동감을 주고 한없는 희망을 준다.
4월은 누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던가? 엘리어트(영국시인)가 '황무지'라는
시의 한 구절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4월이면 아름답던 꽃을 지게하고 계절의 여왕인 5월을 시샘 하여서 생긴 말 같다.
실제로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날씨도 따뜻하고 만물이 살아 꿈틀 거리며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을 던져 버리고 새로운 옷으로 단장을 한다.
그리고 5월에는 참으로 행사가 많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있어 바쁜 달이기도 하다.
“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 이 노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어린이날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지금 고희가 지난 나이에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지금은
자식들과 손주들이 불러주는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하며 어버이 노래를 들려 주면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든다.
바로 이것이 세월이 나에게 들려주는 노래이기에...
금년은 봄이 실추된 해로 봄날이 거의 없고 5월이 되니 초여름의 날씨가
계속된다.
직장에 다니는 자식들도 바쁘고 학교 다니는 손주들도 학교에 가기 때문에
금년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합동으로 가족 모임을 가졌다. 이제 손주들도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니 정작 어린이는 몇 명 안 된다. 그래도 내 눈에는
아직도 어려보이고 모두가 어린이 같은 느낌이 든다. 온 식구가 다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여준다.
선물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또 자식들한테는 어버이 선물을 받으니 오고 가는
그 정에 행복을 느껴본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정하여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러한 마음은 우리가 늘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린이날에 우리
동네에 있는 어린이 대공원은 인파로 뒤덮였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하는 길이
어린이날 하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일을 짊어 질 어린이가 나라의
보배이니 항상 끊임없이 사랑 해 주고 돌보아 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아빠의 목말을 타고 즐거워하는 어린이, 온가족이 나무그늘 밑에 자리를 펴고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며 사랑을 속삭이며, 손에 손잡고 가족의 화목함을
보여주는 모습이 오늘 하루에 그쳐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오랜만에 좁은 집에 온 식구가 모이니 집안이 가득하다. 어린 손주놈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자식들은 그동안 못한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옛날 대가족 제도가 있을 때에는 매일 같이 이러한 생활을 하였으니 그 가운데
가족의 사랑이 깊어가고 소중함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지금은 이러한 대가족
제도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고 가족 간에 대화도 사라진지 오래 된다.
가정의 평화가 곧 사회의 평화가 되고 이것이 곧바로 나라의 평화가 되니,
가족이 사회 발전의 기본이라는 것을 이 가정의 달에 우리 모두 가슴깊이
새겨 두었으면 좋겠다.
저녁때가 되니 모두들 자기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고사리 같은 어린
손으로 빠이빠이 하는 손녀딸의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며 이것이 바로 나의
기쁨이요 희망임을 깨닫게 한다. 모두들 돌아가니 우리 부부 둘만 남고 집안이
허전 하다. 그러나 조용해 져서 좋다. 어떤 친구는 말하기를 “손주들 여럿이
오면 볼 때는 반갑지만 갈 때는 더 반갑다”는 말이 생각난다.
날이 어두워져 밖을 내다보니 내일이 보름날이라 그런지 둥근달이 떠오른다.
이달에는 수십 년 만에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와서 몹시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달맞이 하러 한강 공원에 나가 보았다. 정말로 큰 둥근달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며 그 안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달이 한강의 물속에 비추이는 것을 보니 더욱 아름답다.
물끄러미 한참동안 물속의 달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 우리의
귀여운 손주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달 속에서 손주들이 합창을 한다.
달 달 무슨달/ 쟁반 같이 둥근달 / 어디 어디 떴나/ 할아버지 머리위에 떴지!
나도 따라서 같이 불러본다. 그 달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저 강물이 세월을
말 해주고 있고 달 속에서 손주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니 내가 이태백이가
된 듯한 기분이다
5월은 가정의 달, 이제 어린 손주들과 노래도 불러보고 자식들에게서는
꽃다발과 용돈을 받았으니 내일은 아내와 같이 술 한 잔하며 즐겨나 볼까?
가정의 달에 부치는 시를 감상 하며...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의자와 소파가 아니라
그 소파에 앉아 있는 어머니의 얼굴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푸른 잔디나 화초가 아니라
그 잔디에서 터져 나오는 어린이들의 웃음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라
사랑을 주려고 들어오는 아빠의 설레는 모습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곳은 부엌과 꽃이 있는 식탁이 아니라
정성과 사랑으로 가득 찬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자고 깨고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애정의 속삭임과 이해의 만남입니다.
2012. 5 .5. 어린이 날
행 당 김 철 규
서룰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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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달 보름달은 유난히 커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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