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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필 -
만추(晩秋)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아침 해가 찬란히 떠오른다.
오늘의 해가 더 찬란해 보이는 것을 보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벨이 울리며 반가운 손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해요! 점심에 할아버지 만나면 카드 드릴게요..”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의 그 한마디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알고 보니 오늘이 나의 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미리 주일날 온 가족이 모이기로 한 날이다.
나이를 먹기는 쉬워도 어른답게 사는 것은 어렵다고 하였는데
오늘 가족이 다 모이면 어른으로써 어떻게 해 주어야 할까?
하고 생각 하여 본다.
이제 내 나이가 75세에 가까이 되니 인생에 있어
한해로 치면 만추(晩秋)에 해당 된다. 그러나 누가 말하기를
인생은 75세 전후가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한다.
서울의 남산 밑 음식점에서 온 식구 한데모여
생일 축하를 받고 모두가 남산에 올라갔다.
쾌청한 날씨에 주일을 맞아 남산을 찾는 시민들이 참으로 많다.
팔각정 앞에는 농악대가 신나게 공연을 하고
손주들은 남산위에서 시내를 바라보며
서울의 모습에 모두들 즐거워한다.
아직 늦은 가을이지만 군데군데 단풍이 남아있고
여기저기서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이제 금년도 거의 지나간 것 같다.
높이 솟아있는 남산 타워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멀리 한강에는 유람선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새삼 느껴본다.
손주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고 오랜만에
남산 길을 따라 손잡고 걸어서 내려왔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 남산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려오면서 혼자서 생각에 잠겨본다.
왜 사람들은 가을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쓸쓸한 계절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시인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였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으로 생각 하고 지나온 일을 회상이라도 하는 듯이...
그러나 나는 내 인생에 가을이 가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보고 싶다.
만추의 계절을 맞아 날씨가 추워지고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져
쓸쓸한 마음이 들겠지만, 조금만 있으면 하얀 겨울이 와서 이세상의
모든 악과 더러움을 사랑으로 덮어주는 눈이 내린다.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복 하는 성탄절이 오며
거리에는 징글벨이 울려 퍼진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새해를 맞게 되고 머지않아
새싹이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다시 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 해 보면 만추의 계절이 슬프지 않다.
내 마음에는 그동안 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짓고
새해를 맞는 결실의 계절로 삼고 싶다.
남산 길 내려오며 길가에 놓인 벤치에 앉아 시 한편을 써본다.
만추(晩秋)
늦가을
가랑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계절
오색으로 물든 옷으로 갈아입고 자랑 하다가
이제는 낡은 헌 옷으로 변하여
내 사진 속에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그 속에 진짜 보석이 박혀있다
한 해 동안 노력한 보람
누구에게 보여주어도 자랑스러운 사연이 .
입동(立冬)이 지나고 보면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의 어깨 위에도
추운 겨울 소식이 전해 오고 있으리라
한해가 저무는 만추의 계절
꽃이 피고 지 듯이
내 안의 고민도 그렇게 피고 지리라.
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추운겨울이 오면
조금은 가벼워질 듯한 나의 마음
새봄에는 또 다시 꽃으로 피어나리라
2011. 11. 15
이글을 읽으시고 지난 11월 8일 입동날
가는 가을이 아쉬워
집에서 가까운 건국대학 교정과 어린이 대공원에 나가
만추(晩秋)를 느끼며 깊어가는 가을 사진을 찍어
pps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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