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백세 인생

 

몇 년 전에 코로나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자유를 주지 못할 시기에 

노인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일반 감기처럼 별 증상 없이 지나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중증환자로 발전되고 급기야는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사진동호회의 노인은 코로나에 걸려 멀리 의정부에 있는 요양소에 격리되어 

약 10일간 고생하고 돌아 온 이야기를 들으면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가 잠잠하여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금년에도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 할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 되나, 현재는 예방주사의 개발로 다소 안심이 된다. 

그러나 코로나 예방주사도 많은 부작용이 있어 갑자기 쇼크가 오는 수가 있고, 

나는 탈모증세가 생겨 대머리가 된 후에 지금까지 가발을 쓰고 다니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도심에 있는 실버타운으로 설비가 잘 되어 있어 노인들에게는 

이곳에 사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라 

한두 군데 아픈 노인들의 집합소라고나 할까? 그래도 도심에 있고 대학병원이 바로 앞에 있으며 

주위에는 백화점과 먹거리가 많고 편의시설이 많은 곳이다. 

나도 이곳에 온지 15년이 넘고 그동안 허리를 몹시 다쳐서 불구의 몸이 되니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바로 옆집에 사시는 분은 연세가 90인데 그동안 심장병, c형간염, 당뇨, 고혈압 등등 종합병원이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다가 최근에는 합병증으로 콩팥에 이상이 와서 일주일에 3번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고, 

얼마 전에는 침대에서 떨어져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하여 간병인을 두고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많아서 돈으로 연명을 하셨으나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이렇게 살며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오래 사는 것이 장수의 복이 있다고 보지 않아서, 

보험공단에 가서 연명치료 거부에 등록을 하고 왔다.

 

캐나다 퀸스대학 철학교수 크리스틴 오버롤의 저서 <평균 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만난 것은 8년 전이다. 평균수명 120세! 그때는 인간들의 희망사항으로 여겨져 웃고 말았다.

최근 보험회사들이 쏟아내는 ‘100세 보장’ 광고를 대하면서 내 생각을 내려놓기로 했다.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100세 시대의 리스크(위험)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위험을 경고하기에 이른 것이리라.

 

리스크 목록들 중에서 4대 리스크로 꼽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돈 없이 오래 살 때(無錢長壽)

○ 아프며 오래 살 때(有病長壽)

○ 일 없이 오래 살 때(無業長壽)

○ 혼자되어 오래 살 때(獨居長壽)

 

우리는 이들 리스크를 보며 오버롤이 예고한 대로 100세를 산다는 것이 무조건 

환호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다운 삶의 품위를 상실한 채 은퇴 후 마지막 몇 십 년 세월을 명줄만 유지한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재앙이다.

 

얼마 전 송해씨가 95세로 구구 팔팔 이삼 사 하셨다.

백세시대 단상을 보면 인생이 가장 행복하게 죽는 나이는 85세 전후가 100점이라고 하고, 

90세는 90점, 백세에 죽는 것은 50점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90세나 100세 노인은 건강의 문제가 있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아프지 않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85세가 넘었으니 100점 인생을 산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백세 시대다. 60대에 은퇴해도 남은 40년을 지혜롭게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은퇴 후에 크고 작은 유익을 누리는 행복한 인생의 후반전을 보내야 한다. 

「은퇴 전에 백세인생을 설계」로 행복한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한다.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 하여 우리도 따라 불렀다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간다

 

팔십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텐데 또 왔냐고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백오십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이 노래는 백세노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려고 나온 것으로, 유머가 있고 구수하게 

민요조로 부르는 것이 우리들 노인에게는 참으로 듣기 좋게 느껴진다.

 

나도 이제 나이가 85세가 넘었으니 나의 삶과 인생은 하느님께 맡기고 앞으로 남에게 

폐를 주지 않고 죽음을 맞고 싶다. 그래서 인생무상을 돌이켜 보며 혼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본다.

 

 세상에 올 때는 혼자서 울며 왔건만

 갈 때는 여러 사람을 울리고 간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그 무엇을 애착해서 아등바등 살아왔나?

 

 인생의 무상함을 희로애락에 노래하고

 덧없이 보낸 세월 후회한들 무엇 하리

 세월이 유수같이 빠른 줄 모르고

 항상 착각 속에 헤매다 꿈결같이 멀어지네!

 

 배신한 내 청춘을 그 무엇으로 달래볼까 

 황금으로 달래볼까, 비단으로 달래볼까

 좋은 음식 차려 놓고 천지신명께 빌어볼까

 모든 것이 허망하다 부질없는 짓이로다.

 

 그 옛날 어느 벗이 하는 말이

좋은 일 많이 하고 후회 없이 살란 말이

 귓전에 흘러들어

 사랑하는 내 청춘을 심산유곡에 묻어 놓고

지금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오.

 언제 다시 만날 기약 없이 허공에 손짓하네! 

 

                                                                            2024.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