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

 

인생은 나그네 길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제 나이가 드니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 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림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 질 사람들이다.

더 사랑해 주고 후회 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 하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했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시간, 베풀어주고 또 줘도 남는 것들인데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지고 가는

고달픈 나그네 신세가 되었나? 그 날이 오면 다 벗고 갈 텐데 무거운 옷도 자랑스러운 고운 모습도 따뜻이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야 하는데 왜 그리 마음의 문만 닫아걸고, 더 사랑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천년을 살면 그러 할까? 만년을 살면 달라질까?

 

사랑한 만큼 사랑 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 받는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몸부림 쳤던 부끄러운 나날들,

우리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허망한 세월 인 것을 어차피 저 인생 언덕만 넘으면 헤어 질것인데,

미워하고 싸워봐야 상처 난 흔적만 훈장처럼 달고 갈 것이다

이제 살아 있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사랑해야지, 언젠가 우리는 다 떠날 나그네들 인 것 아닌가?

 

금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열대야가 제일 오래 지속되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낮에 35도 이상으로 열을 받아서 건물이 뜨거워지니 밤이 되어도 식지 않고

그대로 있어 3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잠 못 이룰 때가 많았다.

 

지구의 온난화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 옛날에 선풍기도 없고 에어컨도 없을 때에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 더위에 더 민감하고 체온조절이 힘들다. 에어컨을 오래 틀어 놓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하여

그대로 자려니 잠은 오지 않고, 최근에는 몸을 차게 하고 자면 다리에 쥐가 나서 쩔쩔맬 때가 많다.

 

저녁을 먹은 후에 시원한 강바람이라도 쏘일 가 싶어서 한강공원에 나갔다. 강가에는 더위를 피해서 나온

시민들과 데이트하는 남녀가 참으로 많다. 청담대교의 다리에는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강남의 네온사인이

여기저기서 들어오니 서울의 밤이 시작되나보다. 강가에 홀로앉아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좋아하는 이미 고인이 된 최희준의 하숙생을 불러본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 어디로 가는 가 /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 빈손으로 가는 가 /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돌아가신 나의 형님과 고교 동창인 최희준 선생의 하숙생이란 노랫말이다. 오늘 문득 생각이 나서 중얼거리며,

오래된 노래인데 어릴 적 TV도 귀하던 시절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때는 뜻도 의미도 없이 그저 흥얼흥얼 따라 불렀지만 왠지 지금에 와서는 가슴에 와 닿는다.

인생은 나그네길 뜬금없다. 주절주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인생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을 말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종점이 가까워진 노년기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는 생각을 못했던 인생에 대한 회의

를 느끼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다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등의

인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곤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나온 자신의 삶을 그리워하면서도 다시 지나온 삶과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인생의 삶은 나그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평탄하게만은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고, 나그네 인생길에서 인간관계를 맺어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속 깊이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행복과 평안

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 아픈 상처를 지금도

갖고 있다면 훌훌 털어 버리고 나그네 인생을 아름답게 승화 하면서 살아 가

야 될 것이다. 이제 본향을 찾아 가는 나그네 인생이기에 짐이 되는 것은 미련

없이 정리 하면서 단순한 삶을 살다 가야 할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는 24시간에 32만 명이 출생하고 16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매 시간 7000명과 매분 120명 매초 2명씩 사망한다는 통계를 어느 선교

단체에서 올린 글을 본 것 같은데, 누가 그 대상이 될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언젠가는 어떤 방법으로든 모든 것을 다 놓고 떠나야 할 때가 온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에서는 인생은 태어 날 때는 가진 자가 되기 위하여 태어 났

고 초년의 삶은 가진 자가 되려는 준비 단계로 공부 하는 단계며, 중년은 직업을

가지고 가진 자가 되려고 일하는 단계며 말년의 노년은 그동안 쌓아온 가진 것

을 나누며 베풀면서 인생을 정리 하는 단계라고 하였다.

 

사람이 태어 날 때는 두 주먹을 꼭 쥐고 주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울면서

태어난다고 하는데 죽을 때는 모든 소유한 물건들을 그대로 놔두고 웃으면서

두 손을 벌린 채 떠난다고 한다. 그것이 나그네 인생이라고 생각해 보면서 생전

에 내가 좋아했던 천상병 시인이 남겨 놓은 "귀천"이란 시를 여기에 옮

겨 보면서 한가로이 주일날 저녁을 보내고 있다.

 

 

귀 천

                              - 천 상 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기쁜 날에는 웃었고 슬픈 날들에는 눈시울 적시며 아픈 날도 그리워했든 날들도 구름이 바람에 밀려가듯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난 세월에 묻혀 모두 지나가고...또다시 세월은 흘러간다.

어제보다는 색다른 새날을 맞고 싶어 지난 일상들을 스승으로 삼아 더 작은 소망으로,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쁨과 행복을 꿈꾸며  진한 미소를 지어본다.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들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어렵고 복잡한 것들은 버리고 비울 수 있는 데까지 비워서

홀가분하게 물처럼 여유를 즐기며 흘러보자. 의식 돈과 권력, 명예를 원하지만 무의식은

나 자신을 초월하는 사랑, 공감, 소통, 유머, 아름다움, 신성함, 고요를 원한다.

 

아니다 싶을 때 다 버리고 떠나면 그때가 진짜 자유인이 조금만 여유를 갖고 돌아

보면 삶의 행복한 광경은 내 옆에 향상 있다.

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인생길이라면 곱고 착하게 즐기며 늙어가야겠다.

 

                                                                                                      2024. 9. 5. 행 당